2025년 8월 10일 일요일
790. 한림도(桓林道)는 "허공 神인을 만나다"로 시작되었다. (3)
790. 한림도(桓林道)는 "허공 神인을 만나다"로 시작되었다. (3)
(26쪽).
걸어가는 도중에 이러한 일을 당할 수 있을까? 그때서야 비로
소 그 무당 할머니가 산으로 가라던 말이 현실적으로 와 닿기
시작하였다. 내가 지금 눈이 와서 무릎까지 빠지고 춥고 어두
운 겨울밤에 할아버지께서 올라가신 저 험한 5봉의 높은 산속
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것일까? 나는 걸어가면서 아주 냉철하
게 내 자신을 돌이켜 생각하기 시작했다. 모든 것은 순리이다.
그러면 '나는 이 길로 구인사 절에서 여장을 풀고 조용히 쉬었
다가 가면 될 것이다.'라고 결정하고 부지런히 올라 갔다.
절은 상상외로 대단히 웅장했다. 제일 먼저 우리 일행을 맞
이하는 분들은 부엌일을 보살피는 보살님들 이었다. 도착하는
시간이 늦어짐에 눈속에 차 사고라도 날까봐 조바심 하면서
무사히 도착하기를 기원드렸다고 하였다. 다 늦은 저녁이었지
만 산사에서 먹는 식사가 진수 성찬에 비할 수 있을까? 하지
만 시장이 반찬이라 넉넉히 먹고서 법당으로 가서 앉았다.
넓은 법당은 중앙에 칸을 살짝 두어서 남녀를 구분해 놓았
으며, 3일간 용맹전진 수련하는 때에 우리 일행이 왔다고 하
였다. 주문은 관세음 보살 다섯자 주문으로 밤에는 수련하고
낮에는 자지않고 사찰 경내의 구경 등으로 일과가 빠쁘다고
하였다. 나는 사실 불교신자도 아니고, 그렇다고 불교에 대한
특별한 인연이나 특별한 관심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어릴때
어머님께서 절에 가실 때 몇 번 따라갔던 기억이 있었지만 이렇
게 내 스스로 찾아와서 법당 안에 앉아 밤을 지세우는 일은
생전 처음있는 일이었다. 아무튼 용맹 정진은 시작이 되었다.
꾸벅꾸벅 조는 사람에게 한차례 죽비의 세례가 내려질 때마다
딱 딱 하면서 조용한 정적의 참선 수련의 시간에 들어가기도
했다. 어쩔 수 없이, 따라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내게 아
무런 반응도 효과도 없는 시간이 지났다. 그러나 일주문 밖에
서 보았던 할아버지 한 분을 ? 그 할아버지는 나와 어떠한 인
(27쪽).
연이 있어서 나를 만난 것일까? 이러한 생각 속에 사로잡혀 3
일이 언제 지나가는 줄도 모르게 마지막 날이 왔다. 분명히 인
생을 바꿔 놓을 무언가가 있다는데 뭐 아무것도 없으니 이게
도대체 웬말인가! 한편으로는 후회가 앞서기도 하였다. 그렇
지만 어떻게 하랴? 지난 일을 생각하면서 조용히 짐을 꾸려
행장을 차리고 일어서려는데, 내 옆에서 수련하면서 졸게 될
때 서로서로 깨워 주는 짝꿍이 내 손을 잡고는 잠시 앉아 보
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잠시 앉아서 내가 며칠간 여기서
무얼 어떻게 하였던가를 몇 가지 메모나 하자고 종이를 펴고
볼펜을 잡는 순간 이게 또 웬 일인가! 내 무릎앞으로 수많은
금속 활자판이 지나가기 시작하는데 활자판은 금방 깎아서 만
든 쇠판이었다. 수많은 활자판이 순간적으로 물흐르듯이 지나
간다. 그렇지만 한 자도 읽어불 수 없으니 그건 내게 그림의
떡이었다. 그 순간 또다시 넋두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알지도
못하겠지만 그렇게 빨리 지나가서야 어떻게 알아!" 하니까,
잠시 내 앞에 멈추었다가 지나가고 하였다. 멈추었는 데도 읽
을 수가 없었다. 혹시 한 자 두 자 아는 정도였다. 그러더니
각국어로 막 섞여서 나오는 것을 받아쓰기 시작하였다. 이 때
받아쓴 글씨를 강필이라고 하였다. 이렇게 하여 다시 정신을
차리고 보니 종이 위에 온통 낙서와 같은 꾸불꾸불한 글을 수
도 없이 써 놓았다. 그래 바로 이것이 소백산에서 두 번째로
내가 받은 것이라면 참 기가 막히는 지경이었다. 그러나 어쩔
수없었다. 어떻던 다시 챙겨서 하직 인사를 하고 집에 왔으며
며칠 후 글 글쓴 종이와 그 당시 있었던 일들을 무당할머니에
게 이야기 하였는데, 무당할머니는 그 이야기를 다 듣고 나서
는, 내게 맥주를 사와서 귀중한 손님이나 어른을 대하듯이 내
게 거꾸로 접대를 하였다. 어떨떨 하여 이 할머니가 도대체 내
게 또 왜 이런 대접을 하는가 하면서도 그렇지만 그렇게 융숭
(28쪽)
한 대접을 하기 때문에 나쁘지만은 않았다. 그 후부터 이사람
의 이생은 빠르게 날로 달로 바뀌어지기 시작하였다.
2025년 8월 11일 12시 07분.
한림도 미륵금성생불교 합동.
작성자 ; 한림도(금홍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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